
구두미화원. 우리가 흔히 '구두닦이'라고 부르는 직업의 정식 명칭입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지만 이 직업에 대해 흔히 갖는 인식은 가난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길거리로 나서는, 비교적 부정적인 이미지에 가깝습니다. 사람 좋은 아저씨가 비좁은 구둣방 안에 앉아
행복을 이야기하는 훈훈함에 마음을 데우고 나오더라도, 그건 그 사람의 삶과 인격에 대한 존중일 뿐,
실제 어린 시절부터 구두미화원이 되겠다는 꿈을 가진 이는 극히 드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지요.
이렇듯 전 세계 어느 곳이든 구두미화원에 대한 이미지는 한결같고 구두를 닦아주는 기계까지 등장한
세상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멋드러진 구두닦이 장인'을 이야기하고, 예술의 경지로 승화된 기술을
선보이겠다고 다짐하는, 어찌 보면 시대착오적인 꿈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의 주인공은 약관의 나이에 길거리 구두닦이로 첫 발을 내딛은 후 꿈을 향해
한발 한발 다가서고 있는 슈 샤인 마스터(shoe shine master) 하세가와 유야 씨입니다.

우연에 의한 시작
2003년 초,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하세가와는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어렸을 적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어머니 홀로 계신 집안 상황때문이었죠. 제철소와 영어회화 교재 영업사원으로 일했지만
건강이 나빠져서 퇴직하게 됩니다. 얼마 되지 않는 돈이 바닥을 드러낼 무렵, 구직 기간 중 뭘 할까 고민하다가
생각해낸 게 구두를 닦는 일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자본금 없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그리하여 통장 잔고 5천엔을 들고 슈크림과 손질을 위한 수건(융), 의자 2개를 구입한 후 도쿄역 입구에서
그의 인생을 바꾼 대사업(?)을 시작합니다. 나름 순조로운 출발을 하는 듯 했으나 곧 초보라는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마무리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고객의 클레임이 빗발쳤고, 뭐가 문제일까 고민하면서
다른 구두미화원들의 스킬을 염탐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부실한 구두약과 장비에도 있었지만,
구두 손질의 노하우가 자신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라는 게 결정적인 요인이었습니다.

구두닦이 수행
어찌됐건 구두닦이로 입에 풀칠하면서 이력서를 넣어뒀던 의류 회사에 취직하는 데 성공한 하세가와 씨.
그러나 고된 생활 속에서도 구두를 닦는 일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되어 주중에는 회사 근무, 주말에는
구두 닦이 수행을 계속 하게 됩니다. 다만 이번에는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돈을 쓰면서 기술을 배우는 데
주력했죠. 유명 구두 케어 샵을 찾아 서비스를 받으면서 조금이라도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애를 썼고,
틈만 나면 각종 강습을 통해 구두와 가죽에 대한 지식을 축적하고 자신만의 구두약 레시피를 개발하는 등
부단한 노력을 통해 실력을 키웠습니다.



(직업의 특성 상 깔끔한 이미지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최대한 노력했고, 먹혀들었다)
재도전
그리고 이번에는 장소를 시나가와 역으로 옮겼습니다. 노력한 결과물이 보이는지 호평이 이어지고,
만족감을 표시한 고객이 출장서비스를 제의하기도 합니다. 확신이 생기자 퇴직 신청을 하고
본격적으로 길거리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기업과 출장서비스 계약을 체결하기도 하고, 택배 수선 서비스도
개시합니다. 백화점 VIP 이벤트, 출장 등을 통해 이름이 알려지면서 언론으로부터 각종 인터뷰, 출연 요청이
쇄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길거리에서 구두를 닦기 시작한 지 3년여 만에 그는 일약 업계의 스타로
발돋움하게 됩니다.
Brift-H (Brighten Footwear-Happy)
허나 잘 나가는 와중에 위기가 찾아 왔습니다. 길거리에서 구두를 닦기 위해서는 관할 경찰서와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신규 허가가 사실 상 봉쇄된 상황이라 그 역시 무허가 영업을 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집중 단속이 시작된 겁니다. 영업을 중단하게 될 처지에 놓이자 그는 아예 새 살림을 차리기로 결심합니다.
이전부터 생각해왔던 Bar 형태의 구두 관리 전문점을 말이죠.

고객과 같은 눈높이에서 구두를 손질하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보다 더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고,
'내려다보는 시선'에서 나올 수 있는 구두닦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중화시키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 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이 점포 역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합니다.
아늑한 공간에서 누릴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와 함께 구두 상태에 따라 집중 케어, 수선을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다양화한 것도 환영을 받았습니다.
Total shoe care lounge. 구두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가 가능한 공간이 탄생한 겁니다.
프로의 손놀림을 공개합니다
스크롤을 내리면서 대체 이 사람이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길래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가?
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 겁니다. 그래서 하세가와 씨가 직접 구두를 닦는 영상을 준비했습니다.
(과정 자체는 일반인이 따라할 수 있는, 간단한 케어 시범입니다. 실제 brift-h 의 케어 과정은
구두 상태에 따라 보다 세심한 손질과 적절한 투약 과정이 추가됩니다.)
많은 네티즌들이 보고 감탄했던 영상이기도 합니다.











덧글
서비스 받아보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ㅎ
우리나라에도 누군가가 시도했으면 하는 바람이...
오늘부터라도 열심히 살아야 겠습니다^^
결국 버리지도 못하고 장에 박아둘수 밖에 없었던 신발들이 생각나네요.
열정으로 직업에 대한 고정관념도 바꿔리다니...
정말 좋은글 잘봤습니다.^^
키자니아라고 직업 체험 테마파크에 구두닦이도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니까요.
넘어섰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의 자질은 가진 사람들이죠^^;
이 사람 블로그 가보면 물론 반 농담식이긴 하지만 자뻑성 내용도 좀 있거든요^^;
근데 라이터로 불광 내는 건 가죽에 좋지 않다고 하더라구요.
그야말로 거울처럼 비치지 않으면 제대로 닦은게 아니라고 하던 시절...
좀더 전문약품을 이용하여 체계적으로 닦는다는 차이점은 있지만 기본적인 먼지 털기후 약품투입후 광내기의 과정은 비슷하네요
기본적인 관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거랑 비슷하더라구요. 덧글 감사합니다^^
저는 구두약, 난닝구, 물을 가지고 광을 냈었는데 소위 말하는 '이빨광'을 추구했었습니다. 물론 이것만 가지고 수리의 범주에 들어가는 흠 채우기까지 완벽하게 할 수는 없었지만 형광등 아래에서 웃으면 이빨이 비친다는 '빵긋 구두'에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더랬죠.
하튼 제가 보기에는 독보적인 구딱 솜씨 보다는 깔끔한 이미지와 '이 사람이 정말 정성을 다하고 있구나' 싶은 몸동작등 손님들에게 어필하는 포인트를 잘 잡았고 본인도 진실된 길을 걸었기에 성공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그 노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ㅎㅎ
점 만으로 이렇게 화제가 되진 않았겠지요.
다만 일반인이 낼 수 있는 구두광과 별 차이가 없어보인다는 부분에 대한 답변을
드리자면, 단순히 구두에 '광'만을 내는 거라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건 저도 낼 수 있고, 여기있는 사람들 모두 도구와 기본적인 방법만 익힌다면
가능합니다. 물론 숙련도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그것만 가지고 최고 어쩌고
하는 건 우스운 일이 맞습니다. 우리나라 구두미화원 분들도 그 정도는 충분히
하실 수 있으니까요.
이 글은 일반 분들을 대상으로 쓴 것이기 때문에 구두 좋아하는 분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에 대해서는 분량이 늘어지는 관계로 생략했지만,
구두를 오래도록 신을 수 있게 관리한다고 할 때, 광을 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충분한 영양 공급을 통한 수명의 연장입니다. 저렴한 구두를 여러 켤레 돌려신으면서
적당히 신다가 낡으면 버린다는 우리 보통 사람들의 관점과는 달리,
좋은 구두를 적어도 10년 이상 신고 싶다면, 광을 내는 건 부차적인 요소에 불과합니다.
저 곳을 찾는 분들도 단순히 광 내는 것을 위해 일반 구두닦이보다 많은 시간과 돈을
(최소 30분, 케어 수준에 따라서는 최대 1주일 정도 구두를 맡겨야 합니다.)
투자하는 게 아닙니다. 사람의 피부처럼 '관리'를 받기 위해서 그런 것이죠.
우리나라에서 구두 관리를 할 때 보통은 '구두약'만을 가지고 손질을 하는데,
사람의 피부에 대입해서 이야기한다면 토너를 바르고 바로 메이크업에 들어가는
거랑 똑같습니다. 이런 방법으론 시간이 지나면, 가죽이 손상이 됩니다.
물론 그렇게 되면 버리고 새로 사면 됩니다. 다만 이 친구는 그런 구두 역시
그렇게 되지 않도록 관리해주고, 죽어가는 구두를 살려놓을 뿐이죠.
편의 차원에서 '광'을 이야기했을 뿐, 광내는 게 구두 손질의 극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내용을 한 없이 길게 할 수 없고,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사람'이었지 구두관리법은 아니었거든요.
지금 당장 광만 내면 되는 막구두와 오래 신기 위해 관리를 하는게 다른건 당연합니다. 이건 그냥 구두 닦는 일반인들도 대체로 알고 계시지 않을까요?
다만 한가지 팩트를 말하자면, 구두 가죽이 오래 가게 하는것, 흠을 덮는것, 광을 내는것 세 가지는 전혀 다른 작업과 과정입니다. 저는 그중에 광을 이야기 한 것이구요, 비싼 구두의 유지관리라는 부분은 좀 다른 것이며 그것이 저러한 미백과는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물과 구두약만 가지고 광을 내는 이유는 '구두를 오래 신기 위해서'의 1차적인 필요조건이기도 합니다. 그냥 광을 내자면 불광이 훨씬 쉽고 좋거든요.
글쎄요, 당연한 것을 대단하다는 식으로 말씀하고 계신데 그런 식으로 마케팅 포인트를 잘 잡았으니 장사가 잘 될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구분되는 작업 과정이지만, 구두를 관리하는 데 있어 따로 떼어놓지 않고
같이 놓아야 합니다.
제대로 된 구두닦이라면 가죽의 종류, 상태를 고려해서
눌러붙은 오염물과 염료를 걷어내고 가죽에 균열 일어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유수분을 공급할 수 있는 제품을 투입하고, 흠이 있으면 메우고,
마지막 단계로 구두약, 물을 사용해서 광을 냅니다. 이게 따로 갈 수 있는
과정인가요. 비단 고급구두라면 더욱 신경을 써줘야 하는 게 맞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이 정도의 관리만 주기적으로 해줘도 수명이 훨씬 늘어나는데요.
제가 영상 올린 건 아주 기본적인 관리 내용인데,
광을 내기 이전에 최소한의 유수분 공급 과정이 포함됩니다.
국내에는 아마 이 과정이 별개라고 생각하는 건지, 뭔지는 모르겠으나
제대로 된 영양 공급 없이 불광으로 가죽을 망가뜨려놓는 경우가 많죠.
그리고 제대로 된 곳에서 불광으로 광 내는 경우야 있을 수가 없습니다.
불광이 가죽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기본적인 상식을 아는 곳이라면 말이죠.
1차적인 필요조건이 불광을 내지 않는 거라면 그건 당연한 것인데,
혹시 그것 말고도 다른 내용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생각하시는 것 같아서 덧붙여본다면,
일본이라는 동네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 사람은 어디까지나
실력좋은 구두닦이가 얼굴도 괜찮고 깔끔하게 운영도 잘 하는 것 같은 게 바탕이 된
것이지, 실력은 비슷한데 다른 점으로 승부했다면 잠시 화제가 되었을 뿐
바로 묻혀버렸을 겁니다. 이 사람의 본업은 구두닦이일 뿐 연예인이 아니니까요.
이건 어느 분야든 다 마찬가지입니다. 가격이 저렴한 것도 아닌데, 얼굴 보려고
그 돈 내고 찾아가는 사람은 한 1%나 될까요?
지금이야 수선도 하지만 원래는 그런 거 없이 순수하게 구두를 닦는 것만으로
스타덤에 올랐는데, 그 기반이 된 게 광을 내는 스킬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가죽에
대한 지식, 수많은 색상에 대응할 수 있도록 슈크림 내지 구두약 레시피에
대한 이해가 동반된 점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구두에 대한 이해도가
대단히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광을 내는 건 바로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기 때문에
물론 중요하지만, 크게 보면 구두 관리의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금린어님께서 군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구두닦는 데 자신감을 보이셨고
그만한 실력을 갖고 계시겠지만, 그걸로 평생을 밥먹고 살아야 할 사람들에게 있어서
그 정도는 당연히 갖춰야 하는 최소한의 요건입니다. 거기서부터 출발하는 거죠.
불광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마 국내 구두미화원분들 중에는 불광이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그게 편하고 고객이 원하니까 하는 분도 있을 것이고, 그것조차도 모르는 분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바다만 건너도 그건 기본적인 내용이 됩니다.